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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제주

제주 바라나시 책골목

지난 겨울 제주 책방여행의 마지막은 제주공항 근처의 <바라나시 책골목>이었습니다.

3박4일의 일정으로 갔었는데 정말 많이 다녔던 거 같아요. 덕분에 책값으로 돈도 많이 썼고요 ㅎ 책이 좀 많기도 했었어서 우체국에서 택배로 한 박스를 집으로 또 보내기도 했었답니다. 그 많은 책 '지금쯤 다 읽었겠지?' 싶은 분들도 계실까요? ㅎㅎ 아직 한 권도 못 읽었답니다 ㅎㅎ


바라나시책골목은 책방이기도 하지만 인도식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카페도 겸하고 있답니다.

대문부터 뭔가 색다른 느낌이 팍팍 느껴지시나요?

솔직히 처음부터 말하자면 이번 제주책방여행에서 가장 인상깊기도 했고 좋았던 곳을 꼽자면... 여러곳들이 있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석에 앉아 책을 읽었던 곳은 바로 이곳 <바라나시 책골목>이 유일했답니다. 분위기도 좋고 조명도 정말 책 읽기엔 딱!인 곳이었습니다.



저 '샨티'라고 써져 있는 벽돌... ㅋ 전 처음엔 이곳이 샨티학교의 졸업생이 만든 곳인가 싶었답니다 ㅎ 샨티학교라고 문경에 있었다가 서산으로 이사를 한 대안학교의 이름이랍니다. 나중에서야 알고보니 샨티의 뜻은 '평화'라고 하네요 ㅎ



그날은 비가 조로록조로록 내리고 있었는데... 봄에 오면 왠지 엄청 예쁠 것 같은 책방 앞 마당의 소품들이 비를 쫄딱 맞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책방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엔 별 영향을 끼치진 않았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 책방을 들어갈 땐 들어가도 되나...? 싶을 만큼 우중충해 보였는데 나올 땐 엄청 낭만적으로 보였답니다 ㅎ

빈티지의 끝판왕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ㅎㅎㅎ



인도와 관련된 여러 소품들이 즐비해 있었어요. 약간은 어둡기까지 해 으스스해 보이기 까지 할 정도로요 ㅎ



책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이렇게 책방 거실(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해요!) 바닥에 까지 책들이 늘어져 있었답니다.

독립서적과 일반서적 그리고 헌책들까지 그야말로 각종, 다양한 책들이 엄청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대략적으로 권수로만 따져도 풀무질의 2~3배는 책이 많아 보였어요 ^^



책방 제일 안쪽 구석. 가만히 앉아 책 읽기에 정말 딱인 곳이죠.

하지만 저 같은 덩치 큰 남자가 앉기엔 좀 좁아 보이기는 했어요 ㅎ



보통은 장르별로 책을 진열하는데 이곳은 정말 뒤죽박죽 혼돈 그 자체였답니다 ㅎ

뭔가 사장님 만의 분류법이 따로 있었겠지만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ㅎ



파는 책과 팔지 않고 전시용으로 진열되어 있는 책 그리고 볼 수 있는 책이 따로 있더라고요.

단양의 새한서점이라는 헌책방과도 비스무리하다 싶을 만큼 그야말로 책이 무더기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ㅎ 전 이런 곳이 정말 좋아요 ^^ 책이 주는 편안함. 고3 시절 학교 한 쪽에 생겼던 도서관에서 주는 그 느낌. 도서관 안 쪽 내가 자리잡고 있으면 나란 존재를 아무도 모를만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보통은 케이팝이라고 하죠? 하지만 예전 서태지와 HOT 때는 케이팝이 아니었답니다. 그때는 그냥 가요였거든요.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얼마나 굉장했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는 앨범 판매량도, 판매액이나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인지도 혹은 팬의 숫자가 얼마인지도 중요하겠지만 그 가수 혹은 그룹과 관련된 책들이 얼마나 많이 발간되었는지도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답니다.


서태지도 많았고 듀스도 많았고 HOT나 슈퍼주니어 소녀시대도 많았지만 요즘의 BTS처럼 많이 나오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팬들이 자가출판하는 책들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눈에 띈 차민주님의 <BTS를 철학하다>!



'컨셉진이 독립출판물이었다.'라고 말해주면 요즘 아이들은 '에~ 설마요~ 쌤은 죄다 독립출판물이래~ ㅎㅎㅎㅎ'한다는 거 아세요? ㅎㅎ

그만큼 컨셉진이 잘 나간다는 거겠죠? 컨셉진과 비슷 류로 <아마도> 시리즈가 있겠네요^^



망하지 않았는데 책 이름이 <망한 여행사진집>



정신 없이 책방 구경을 하다가 비행기 시간 가까워 지는 줄도 모르고 읽었던 박수봉님의 <사이>.

잔잔한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답니다.



군대에서 한참을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어무이가 매달 책을 보내주셨었는데 그때 읽었던 황대권님의 <야생초 편지>

이 책 한권 뿐만은 아니었겠지만 어느새 저는 야생초에 환장하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ㅎ

교소도 한 켠을 화단 삼아 잡초?를 키워 물김치를 담갔다는 얘기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랍니다.



시리즈물처럼 보였는데 그냥 작은 소설집이어서 더 눈에 띈 김종완님의 <이상해/택시를 잡는 여자/연인들> 소설집.

정말 짧은 단편소설 아니면 손바닥소설들이 적게는 3편 많게는 5편 정도 들어가 있는 책입니다. 가볍게 가방에 혹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 좋을 만한 싸이즈였답니다.



그냥 책만 읽고 가기 죄송해서 짜이를 시켜서 한 잔 마셨답니다.

별거 아니지만 작은 글귀도 이렇게 잘라 주시고... 사장님의 애정이 느껴졌어요.



언젠가는 정말 책을 만들어 보고 싶어 구입했던 <독립출판 1인 5역>



전체적으로 정말 느낌이 좋았던 곳입니다. 처음엔 정말 여기가 책무덤이 아닐까 싶을 만큼 책들이 엄청나게 많아 놀라기도 했고, 약간은 정돈 안되기도 해 보였고 산만해 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점점 책과 함께 늘어져가는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그게 느낌이 아닌 그냥 늘어지고 있던 거더라고요 ㅎㅎ


제주 책방여행의 마지막에 발견한 보석 같은 공간이었어요.

주변 해안가 식당들에 둘러 싸여 왠지 벌써 재개발해 버려야만 했을 것 같은 공간에 위치해 있어 더 매력적이었답니다.

보통은 새로운 책방을 구경하기 위해 제주를 가는데 이곳 <바라나시 책골목>은 책이 읽고 싶어 또 가보고 싶은 곳이었답니다.


아직도 그 느낌들이 잊히질 않네요!

오늘도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