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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그외

통영 삐삐책방

1월 초 통영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여행이라고는 했지만 그냥 바람을 좀 쐬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던 터라 여행같은 여행 한 번 제대로 다녀오질 못했었기에 그 아쉬움 달래기 위해 잠시 다녀왔습니다. 늘 가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쉽게 가보지 못했던 곳이 통영이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매년 겨울마다 한 번쯤은 꼭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동네였습니다.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지만 통영항이라고 불리는 강구안을 제외하면 관광도시란 생각이 쉽사리 들지 않을 만큼 정겨움 넘치는 공간이었답니다. 게다가 유명 관광지라 불리는 곳들이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을만한 곳들이어서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번에 통영을 들른 김에 통영의 동네서점들도 좀 둘러보았답니다. '통영 독립서점, 통영 동네서점'을 검색해 찾아 본 곳 중에 고양이쌤네 책방과 삐삐책방 그리고 동네서점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봄날의 책방까지. 모두 세군데를 방문했습니다. 고양이쌤 책방은 포털싸이트에선 정상 운영하는 곳으로 나왔지만 실제 가보니 동네독서모임과 수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책방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방문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책방은 아닌 듯 해 바로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리고서 방문한 충렬사 앞 삐삐책방.

통영 유일무이의 독립서점입니다. 충렬사 앞 광장교차로에서 100m도 채 되지 않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동네서점 딱 그 느낌이어서 어렵지 않게 문을 열었답니다.

저는 늘 서점에 방문하기 전에 포털싸이트에서 당일 방문가능한 지 확인을 하고, 전화로 오픈을 하는 지 부터 문의한답니다. 인스타를 안하기 때문에 인스타를 공식홈페이지로 활용하시는 서점의 경우엔 언제 오픈하는 지 일일히 확인하는 작업 아닌 작업시간이 좀 걸린답니다 ^^;


동네서점이라는 공간이 열려 있는 공간이긴 해도 사장님 마다의 그 개인적인 느낌이 강해 '우리'의 서점이라기 보다는 '그대'의 서점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답니다. 각 서점마다의 독립적인 규칙들도 있고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편입니다.  



나무로 직접 만든 것 같은 간판? 현판?이 인상적이네요^^



여는 시간 그리고 닫는 시간... 이렇다네요^^



아기자기한 서점내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직접 꾸미신 듯한 냄새가 나 더 정겨웠습니다. 사장님도 굉장히 젊으시고 통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청년가게여서 더 좋았습니다. 솔직히 관광지라고는 해도 술집 아니면 모텔, 바닷가니까 즐비한 횟집들 아니면 올레꿀빵의 원조격인 통영꿀빵집 외에는 별 다른 게 없어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구석 어딘가엔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몰랐는데 이번 여행에서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통영은 자개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한 구석에 자리잡은 자개장이 참 멋들어져 보이네요^^



꾸민 듯 안 꾸민듯 한 서점 구석구석이 참 좋았습니다. 서점 곳곳에서 사람냄새가 나는 것 같다랄까요? ^^



동화책들도 보였고, 시집도 몇 권 보였어요. 일반서적들도 좀 보였고, 많지는 않았지만 독립서적들도 보였습니다.

책들은 일반적인 독립서점에서 볼 수 있는 그 정도였습니다.



그림이 너무 예뻐 선택한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입니다.


그림이 정말정말 너무너무 예뻤습니다. 특히 동백!! 제주의 동백도 예쁘지만 통영도 동백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지고 있는 동백만 길거리에서 드문드문 봤었는데 그림으로라도 활짝 핀 것을 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그야말로 동백그림이 너무 맘에 들어 홀딱 반해 샀답니다.



<어느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 책도 사고 싶었답니다.

표지 그림이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인 것 만 같아 책을 조금 훑어보니 역시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더라고요^^


보통은 글을 쓸 때 '낯설게 하기'라 해서 제목이나 첫 문장을 정말 궁금해 미치게끔 만들어 버리면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 책은 제목에서 책의 모든 내용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평범한 매력이 엿보이더라고요. 다 보여주기도 정말 힘든 일인데... 일단 다른 서점에서도 책을 살 거니까... 제목을 스킵해 놓습니다 ^^;



서점 한 곳당 한 권의 규칙을 깨버리게 만든 바로 그 책! <소규모 유기농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작은 텃밭이 있는 집에서 살다보니 정말 소규모 농사에 관심이 많을 법하지만... 전 텃밭에 부추 말고는 키우는 게 없답니다 ㅋ 가끔 상추도 심어보고 고추도 심어봤지만 똥손은 뭘 어떻게 해도 뭘 어찌 할 수가 없더라고요 ㅋㅋ 저로 인해 죽어 간 그 수많은 생명들에게 미안해 2년전부터 저희 집 텃밭은 검고 크고 넒은 태양막으로 덮어 놓았답니다. 그런데 그게 또 작은 텃밭이 좋았어서 산 집이었기에... 올해 부터는 뭐라도 좀 심어보고 싶더라고요. 왠지 이번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해보고 싶어지던 때에 또 마침 이런 책이 나타나 주었네요^^


그래서 또 저만의 그 서점규칙은 여지없이 깨졌답니다 ^^



저 역시나 꿈꾸기만 하는 삶, 적당한 라이프를 위한 <망원동 에코 하우스>. 이 책 역시 스킵 해 놓습니다.

다음에 발견되면 꼭 살 겁니다^^



저는 좋아하진 않지만 학교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종류의 책 <울타리 너머>

종종 철학동화라고들 하는 그런 종류의 그림동화책입니다. 



작은 동네서점이었어서, 변태같지만...(저는 변태는 아니에요 ㅜㅜ) 사장님 냄새가 나는 서점이었어서 좋았던 삐삐책방... 누군가에겐 그 동네 그 공간에서 정말 오래오래 간직되어질 추억이 될 수 있는 그런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종 청년들이 하는 가게들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게 특징 아닌 특징인데 삐삐책방만은 정말 오래도록 만날 수 있는 그런 친구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영 여행 할 땐 꼭 삐삐 책방에도 방문해 보세요^^

정말 좋더라고요! 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