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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1인 문학잡지 계간 <쓰는 사람>

요상한 문학잡지다. 물론 독립서적이다. 이름도 생소한 1인문학잡지에 이게 정말 문학잡지야? 싶을 만큼 애매한 이름 <쓰는사람> 1인문학잡지라는 말에 끌려 샀다. 나도 이런 책 한 번 만들고 싶어서? ㅋ 그야말로 혼자 만들고 혼자 쓴 문학잡지다. 그렇다고 문학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문학계를 처절하리만큼 비꼬고 있는 그 무언가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 무언가는 사 볼 수 있음 사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세한 설명은 안하려고 한다. 잡지의 싸이즈는 A4 반 싸이즈보다 5mm 정도 큰? 분량은 혼자 밥 먹고 식후땡으로 20-30분만에 다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분량. 차근차근 꼼꼼하게 읽는 다면 뭐 1-2시간 정도는 너끈히 읽을 수도 있을 듯 싶긴 하다.




발간도 혼자 했고 그림도 혼자 그려고, 사진, 편집과 디자인 마저 모두 혼자 다 했다. 심지어는 창간사마저 혼자 썼으나. 일반 사람들이 봤으면 그저 재미있게만 읽었을 수도 있을만한 글이지만 잘 보면 시조의 형식을 모두 제대로 갖춘 글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종장의 3자와 그 다음의 5자에 특히나 신경을 쓴 듯한 글이라 눈에 확 들어오는 창간사다. 창간사를 보면서 확실히 '문학잡지이긴 하구나!'란 생각을 해 본다.


형식을 이용하되, 이용하지 않을 것


이란 말. 확실히 예전에 들었던 느낌적인 느낌 만큼 신선한 문장이긴 하다. 쓰는 사람은 잡지의 형식은 갖되 문학적인 내용은 다루되 전혀 문학적이지 않은 문학잡지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형식을 이용하되,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와 닿기는 한다.



안의 내용들 마저 확실히 기존 문학잡지의 형식을 가볍게 파괴하는 수준이다. 레포트의 형식을 따른 '형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꼭지. 기존의 문학지들에서 보여주는 어렵고 무거운 이론 설명이나 평가, 비평글이 아닌 정말 대학생 때 쓴 레포트같은 꼭지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신춘문예나 각종 신인문학상의 현실을 비판한 글은 그렇게까지는 가벼운 문학잡지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만큼 알찬글이고, 알찬 글들도 많다.




무엇보다 이 꼭지는 웃느라고 배꼽빠지는 줄 알았던 꼭지였다. 공모전 공고를 했고 아무도 참여를 하지 않아 망했다는 말. 매년 4-5천편씩 혹은 4-5백편 씩 신춘문예에 공모하는 사람들. 하지만 올해엔 잘 쓴 작품이 없어 당선작이 없다는 신문사들. 그들을 비꼬아도 쎄게 비꼬는 게 아닌 살살 비꼬는 수준이 전혀 가볍지 않은 것이 글 쓰는 내공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격도 5천원. 싸다. 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내용이 알차길 바랄텐데 비싸지 않아서 그럴 기대는 안 하게 되는 가격 5천원. 1호랑 3호를 샀다. 펀딩이든 뭐든 하면 참여자수가 적어 망한다는데... 이정도의 퀄리티에 이 정도의 글인데 왜 망하는 걸까?란 의문도 든다. 이정도의 문학잡지라면 정기구독이라도 하고 싶은데... 정기구독 안내 페이지는 아예 없다. 그만큼 실험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일테지.


가벼운 마음으로 문학잡지 한 권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전혀 가볍지 않은 말을 가볍게 쓴 문학잡지. 계간 <쓰는 사람>이다.